개발자에게 ‘일’이란?
나름 대기업인 회사에서 몇번 팀을 옮기며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때로는 답답하기도 했고 때로는 뜻이 통하는 동료를 만나서 서로 격려하며 즐겁게 일한적도 있다. 전반적으로 개발자는 성격이 정말 비슷한 면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긴 했지만 또 반대로 개발자가 이렇게 보수적일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이 든적도 없진 않다.
어쨌든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이런 저런 경험을 겪으며 나도 나름 생각이 변화를 겪게 되었기 때문이다. 개발을 잘할 것이냐 일을 잘할 것이냐. 이런 문제를 맞닥드렸을 때 개발자는 어떤 답을 가지고 행동해야 할까.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일’의 범주는 개발을 포함하며 개발보다 훨씬 더 넓고 애매하고 사람마다 정의가 다르다는 점이다.
사람이 적은 회사에서는 개발보다는 ‘일’을 잘하는게 중요할 것이다. 사람이 적기 때문에 부서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대신에 ‘일’의 정의, 쉽게 말해서 우리가 이런 일을 하는 이유와 목표가 공유되는데 좀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작은 회사에서 ‘내가 맡은 일만 잘하면 돼’라는 생각은 그 생각 자체로 독이된다.
그러나 대기업, 아니 직원이 100명 이상만되어도(이 수치도 또한 애매하다.) 다른 상황이 될 수 있다. 철저히 분업화된 조직구조에서는 쓸데없이 회사 전체의 목표에 숟가락 얹을려고 하면 배가 산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때는 분업 구조에서 주어진 목표를 정확히 하는게 전체 조직으로선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 스스로 뛰어난 개발자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기획이나 서비스 영역쪽에 참여하고 싶고 ‘내가 만들어가는 서비스’에 좀 더 강하게 끌렸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젠 그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이다. 그래봤자 좋은 소리 듣기 힘들고 노력한다 해도 성과가 나기 힘들다. 또 사람이 많다 보니 굳이 나 말고도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은 많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내가 발딛고 있는 곳이 어딘지 본 뒤에야 지평선을 보아야 한다. 내가 발디딘 곳은 3000명 규모의 조직안에서도 개발조직이다. 그렇다면 당연하게도 난 개발이라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한다. 다른 것을 생각할 때 조심하지 않으면 월권이 되고 의견은 무시되거나 나만 힘들어지게 된다. 중요한건 어떻게 개발을 잘 하느냐이다.
결론은 굉장히 기운빠진 말이된다. ‘서비스가 어떻게 성공하든 말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나는 요구사항을 일정 안에 만족시키도록 개발만 잘하면 돼’라고 표현하면 개발만 잘하겠다라고 목표를 가진 사람도 기운이 빠지거나 반발을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일’의 범주와 정의는 자신의 목표와도 관계가 있지만 주변 상황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큰 조직에서 개발을 잘해서 그 조직안에서 인정받는 개발자가 되려고 열심히 하는것도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개발자는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다. 대신에 부딪쳐야 할 벽도 많은 것 같다. 어쨌든 난 부딪혀 보는 것에 대해선 무엇이든 득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